

손석진의 말에 정경욱은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키스그림모음을 비롯해서 켈티카에 갇혀 어쩔 수 없이 공화 정부에 순종하는 체 하고 있는 귀족들, 이들은 공화국 입장에서는 활용할 데도 없는 무가치한 포로에 불과하고, 외부의 왕당파들 입장에서는 이미 죽어 있는 사석(死石)이었다. 다시 말해 어디에 붙는다 해도 쓸모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체스의 졸은 상황에 따라 힘이 다르다. 조슈아는 보는 입장에 따라 모호한 정체성을 지닌 아르님의 위치를 이제 판이 끝날 때에 이르러 체스에서의 졸처럼 활용해 보자고 말했다. 지금이 공화 혁명이라는 한 판 게임의 막바지라는 것. 그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동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