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 이것은 나를 무척 힘들게 만들었다.
술이 잘 되었다 싶어서 술독을 따뜻한 곳에서 꺼내어 시원한 곳에 놓아두면 언제 술이 잘 됐었냐는 듯이 술에서 신맛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라 술을 빚어 넣었던 항아리나 누룩을 탓하기도 했었다. 물론, 신맛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술이 다 완성된 다음 술 속에 있는 적당량의 산은 청량미를 느끼게 해주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맛이 강하고 술이 다 되기도 전에 신맛이 난다면 그 술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술에서 신맛이 나는 이유는 초산균과 유산균때문이다. 모두 다 신맛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술 속에 많이 생성되어 있으면 신맛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가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누룩은 대부분 주로 밀로 만드는데 이 밀가루가 산 생성을 일으켜 술 속에 유산균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술 속에 들어있는 알코올이 산소와 만나 초산발효가 일으켜 초산균을 증식시키는 경우이다. 즉, 누룩에 있는 밀가루와 술 속에 있는 알코올의 변화에 의해 술에서 신맛이 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해 일단 술과 관련된 옛 문헌들을 찾아 보았다. 많은 문헌에서 신맛을 고치는 방법에 대하여 몇가지 공통된 기록들이 눈에 보였는데, 그것은 술에서 신맛이 강하게 날때 석회나 납, 그리고 곡물인 팥이나 콩등을 넣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개껍질도 있다. 이것들은 얼핏보면 공통된 것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한가지 공통된 성질 즉, 염기성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염기성은 산이나 산성 물질로부터도 양성자를 빼앗아 염기의 양성 성분과 결합하여 염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산을 중성으로 만들어 신맛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 옛날 이러한 원리를 알았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순전 경험과 끝없는 노력에 의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우리가 술을 빚어 신맛이 날때마다 납이나 석회같은 것들을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극적인 방법이기때문이다. 술에서 신맛이 난 후에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술을 만들때부터 신맛이 많이 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적극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럼 적극적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술에서 신맛이 강하게 나기 전에 사전에 신맛을 억제하는 원료나 재료를 넣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술을 빚을 때 녹두(곡물)를 넣은 누룩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벌써 아주 오래전에 조상들이 사용하던 방식으로 녹두는 염기성물질이기 때문에 술을 빚으면 신맛을 나지 않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누룩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이러한 염기성 성질을 가진 누룩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신맛이 강하지 않은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앞에 제시된 재료들 외에도 미역,다시마,대두,당근,생강,호박,죽순,토란,표고버섯,송이버섯,밤, 달걀흰자등은 모두 염기성을 가진 식품들이다. 이러한 식품들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신맛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둘째는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알코올 도수를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도에 "누룩으로부터 젖산세균의 분리 및 특성"(한국생물공학회지)의 논문을 보면 알코올 도수가 10%이상이 되면 젖산균의 생육이 상당부분 멈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술을 빚어 발효시킬때, 술이 끓어 오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 방법은 알코올 생성이 빨라 세균과 젖산의 생성을 억제하여 발효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초산균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모든 발효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알코올이 산소와 오래 접촉하게 되면 알코올이 초산으로 바뀌는 초산발효가 진행되게 된다. 술을 잘 만들어 보관을 잘못하면 초산발효에 의해서 신맛이 많이 나게 된다. 따라서 초산발효에의한 술의 질 저하를 막기위해서는 발효가 다 끝난 후에 최대한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줘야한다.
<증보산림경제>에 있는 '방문주별법'에 보면 이러한 글이 나온다. "술을 짜지 않는 것은 술 기운이 달아나 싱겁게 될까 염려해서이다." 즉, 짜는 과정에서 술은 필연적으로 공기와의 많은 접촉을 하게 된다. 우리가 술을 마시고 남은 병을 방치해두면 술의 제맛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알코올이 초산이 되어 알코올 함량의 감소와 함께 산패의 원인이 될수도 있다.
옛 선인들은 무수한 노력과 경험을 축적하여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전해주었다. 또한 우리가 이 같은 과정을 밟지 않도록 많은 기록을 후손들에게 남겨주었으니 우리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가양주의 보급에 있어 선인들의 방법을 더욱 연구하고 연구하여 현대에 맞는 가양주 제조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할 것이다.
글의 편의를 위해 존칭어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 양해 바랍니다. ^^ 또, 제가 잘 모르는 것이 많으니 내용중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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