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보면 "좋은 술을 만들려면 처음 술 빚을 때 물을 적게 넣어야 한다. 한 말에 물을 두 병 반을 넣을 것이며 술을 많이 내려면 주조에 넣을 때 정화수 두병 만 더 넣고 짤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술을 빚을 때 물의 양이 많을 수록 술 맛이 나빠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물의 양이 많을 수록 신맛이 강하고 술이 잘 안될까요.
한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물 1리터가 들어가는 그릇에 한 수푼의 소금을 넣어 소금의 농도가 10이라고 합니다. 소금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금의 양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모두 소금의 농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가 술을 빚을 때 알콜올 도수를 높이는 방법도 이와 흡사합니다.
술덧을 빚어 술독에 넣으면 알코올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때 물의 양이 많으면 그만큼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게 되어 소량의 알코올이 공기와의 접촉으로 초산발효를 일으키고 외부의 잡균으로부터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즉 물의 양이 적으면 같은 양의 알코올이 생성될 때, 상대적으로 술독 속의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게 되어 초산발효를 억제하고 외부의 균으로부터 술덧을 보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물의 양을 줄일수록 술의 실패율이 적고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술을 빚을 때 물의 양을 줄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럼 물의 양을 늘리면서 초산발효와 외부의 균으로부터 술덧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백로주"제조법을 보면 "멥쌀을 쪄서 식거든 끓는 물 여섯병을 찐 쌀에 들어부어 식혀서 앞에.."란 글이 있습니다. 물을 넣지만 그냥 넣는게 아니고 고두밥에 물을 흡수시켜 사용하는 것입니다. 똑같이 물을 넣더라도 이런식으로 물의 양을 늘리게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두밥이 흡수했던 물은 밖으로 스며 나올 것입니다. 즉, 소량의 수분이 고두밥에서 나오고, 알코올의 생성으로 전체 알코올 도수가 13%라고 했을 때, 고두밥에서 스며 나오는 물의 양만큼 알코올은 계속 생성되어 일정한 알코올 농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고두밥에서 수분이 모두 나왔을 때에도 알코올의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만약, 고두밥에 물을 흡수시켜 사용하지 않고, 술덧에 물을 넣었다면 처음에 생성되는 알코올의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입니다. 오랜시간이 지나야 13%라는 알코올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렇게 알코올이 생성되기 전에 초산발효와 잡균의 영향으로 발효가 잘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소주다출방"이 실패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물의 양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알코올의 생성에 비해 전체적은 알코올의 농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백로주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술독에 술덧이 들어갔을 때의 물의 양이 적어 알코올의 농도가 높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의 양과 알코올의 양이 일정하게 증가하여 초산발효와 잡균의 침입을 막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두밥의 수분이 외부로 조금씩 나와서 물 100과 알코올 13이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물 200이 되고 알코올이 26이 되어 전체 알코올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옛 사람들도 이런 원리를 알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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