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향료·색소 넣어도 ‘기타주류’ 아닌 막걸리?…국산 농산물 소비 ‘찬물’
입력 : 2024-08-04 17:55 수정 : 2024-08-05 10:22
정부, 주세법 시행령 개정 추진
탁주 인정해 세부담 완화 방침
현재는 기타주류…명칭도 못써
농업계·전통주업계 ‘반대’ 목청

이미지투데이
‘향료 막걸리’가 인정되면 우리농산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탁주(막걸리)에 우리농산물을 주재료·부재료로 사용하던 추세가 앞으로는 향료나 색소로 얼마든 대체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해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을 ‘탁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또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도 없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향료 등을 넣은 막걸리의 세금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가령 향료·색소를 첨가한 750㎖들이 막걸리의 출고가가 1000원이라고 할 때 현행 기타주류로 분류하면 세율은 과세표준의 30%이고, 과세표준은 출고가격의 81.9%에 해당한다. 이런 계산에 따르면 세금은 246원이 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탁주로 분류할 경우 ‘종량세(용량 대비 세금)’를 적용받아 1ℓ 당 44.4원의 세금만 부과된다. 750㎖ 기준 출고가 1000원인 탁주라면 주세는 33.3원에 불과하다. 기타주류와 약 7배 차이가 난다.
기재부는 발표 자료를 통해 “탁주에 허용 가능한 첨가물을 확대해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제품의 개발·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농업계와 국산 농산물을 쓰는 전통주업계의 의견과는 부닥친다. 최근 고품질 국산 쌀과 다양한 우리농산물을 활용한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향료나 색소로 대체하는 길이 열리면 시장에 저가 막걸리가 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 양조인들이 다양한 농산물로 특색 있는 막걸리를 만들고자 직접 농사를 짓거나 계약재배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개정안이 이런 흐름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이 현실화하면 전통주를 활용해 국산 쌀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향료와 색소 사용을 시작으로 막걸리에 외국산 쌀과 농산물·농축액 사용도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타주류는 대부분 외국산 쌀을 원재료로 하며, 지금도 한병당 1000∼2000원에 판매해서 원재료값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만약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 국산 농산물을 쓰는 5000∼1만원대 프리미엄 막걸리와 가격 차이가 더 벌어져 우리농산물의 입지를 더 좁힐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박사)는 “향과 색을 이용한 대중적인 막걸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면 우리농산물 소비는 꺾이게 된다”며 “과거 일부 곡물이 들어간 막걸리도 실제 곡물 대신 향을 썼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7월30일 전통주 양조장 100여곳과 한국술산업연구소의 반대 서명에 이어 1일 막걸리학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 등이 포함된 한국술교육훈련기관협의회, 작은양조장협의회, 전통주보틀숍협의회 등 전통주 단체는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술의 전통성·다양성 훼손에 따른 전통주시장 붕괴 ▲향료 분류 기준 부재 ▲수입 원료를 사용한 막걸리 증가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또 일부 중대형 양조장에 치중한 정책 결정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장은 “국산 농산물을 쓰는 양조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도 최선의 술맛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데, 향료나 색소를 쓴 곳과 똑같이 세금을 내는 건 사실상 외국산 농산물로 막걸리를 만들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주 업계의 의견은 기재부에 전달했고, 업체 규모마다 의견이 갈려 향후 이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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