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한국농어민신문
- 승인 2025.02.04 17:05
- 신문 3654호(2025.02.07) 8면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
[한국농어민신문]
전통주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이며, 지역 농업과 연계된 산업이자 국가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상품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통주 산업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이후, 우리술품평회, 전통주 대축제, 찾아가는 양조장, 전통주 갤러리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정책의 핵심은 인프라 구축과 저변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정작 전통주 업체들의 실질적인 매출 성장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국내 주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30년 동안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주류 산업의 출고액은 사상 최대인 10조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판매량 증가가 아니라 단순한 가격 인상 효과일 뿐이다. 즉, 전통주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결국 기존 주류 시장을 잠식해야 하는데, 주류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에서 이러한 성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제 전통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국내 시장 확대가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한국의 주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는 국내 유통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해외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통주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정부는 이 제품들이 해외로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유통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있다. 바로 한국 청주의 정체성 확립이다. 현재 한국의 전통 청주는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돼 있어, ‘청주’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 전통주의 정체성을 흐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주세법 개정을 통해 한국 청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전통주 업체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현재 전통주 업체들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수입쌀과 나라미를 사용하는 업체들과 비교하면 전통주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통주 업체들은 주세 감면과 온라인 통신판매 허용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원가 부담을 낮추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전통주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보조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 지역쌀을 사용하는 전통주 업체에 원료 지원을 확대하고,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하고, 주세감면 혜택을 더욱 강화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통주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 농업 활성화와 쌀 소비 촉진, 식량 안보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전통주는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주 산업의 발전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K-푸드’, ‘K-뷰티’처럼 ‘K-술’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를 해외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류 콘텐츠와 전통주를 결합한 마케팅, 한식과의 페어링(Pairing) 전략, 글로벌 음주 문화에 맞춘 전통주 현지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무엇보다 해외 수출을 위한 유통 규제 완화, 해외 시장 개척 지원, 글로벌 유통망 구축 등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전통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단순한 홍보나 행사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해외 유통망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수적이다.이제 전통주 산업의 발전 방향은 분명하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통주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술이며, 그 문화는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을 추진한다면, 전통주는 ‘K-술’이라는 새로운 한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 webmaster@agrinet.co.kr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URL: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4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