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가공식품 수출 확대, 고품질 쌀 보급 등 새로운 수요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주는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쌀 소비량이 상당하다. 과거에는 술 제조에 사용되는 쌀 소비가 많아 국가적인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조선 영조 시절, 형조판서 김동필은 "한양으로 들어오는 쌀이 모두 '삼해주' 제조에 쓰이고 있으니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 바 있다. 삼해주는 고려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주로, 다른 술에 비해 쌀 사용량이 많은 제조법을 특징으로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고종 2년 대왕대비가 삼해주 제조를 금지했다는 기록도 있다. 삼해주는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금주령까지 유발할 만큼 쌀 소비가 많았다. 현대에도 쌀 부족 문제가 심각했던 시기, 막걸리 등 전통주 제조에 쌀 사용을 금지한 사례가 있었다.
사실 우리가 쌀을 풍족하게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60년대 이전까지 쌀은 귀한 식량자원이었다. 쌀 생산량은 1950년대 약 200만 톤에서 1961년 301만 5000톤, 1970년 393만 9000톤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인구는 1962년 약 2643만 2000명에서 1970년 약 3179만 3000명으로 20%가량 늘어났고,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1962년 124.4㎏에서 1970년 136.4㎏으로 증가하면서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태는 지속되었다. 부족한 양곡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 외화는 국가 전체 수입액의 10%를 차지했고, 국제수지 적자의 40%가 양곡 수입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83달러에서 1970년 253달러로 증가했지만, 부족한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자 산업 발전의 장애물이었다.

결국 1960년대 정부는 절미 운동과 혼‧분식 운동을 통해 쌀 소비를 줄이려 했다. 절미 운동은 가정에서 쌀 소비를 자제하자는 캠페인이었고, 혼‧분식 운동은 보리, 콩, 조 같은 잡곡을 섞은 밥이나 밀가루 음식을 장려했다. 초기에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나, 점차 단속과 규제를 통해 강제성을 띠게 되었다. 예컨대 음식점에서는 보리와 국수를 섞은 음식을 판매해야 했고, 육개장이나 곰탕, 설렁탕 같은 요리는 쌀 50%, 잡곡 25%, 국수 25%를 섞어 조리해야 했다. 또 1969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분식의 날, 일명 ‘무미일(無味日)’로 지정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양곡소비 절약을 강화하기 위한 시책으로 정부는 1963년 2월 22일 열린 제15차 각의 의결 사항에 따라 3월 1일부터 연말까지 막걸리 제조에 백미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당시 쌀만을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어 온 양조장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던 재료인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료가 바뀌면 제조의 방법이나 관리가 다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바로 백미 사용이 금지된 지 보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재무부 소속 양조시험소(현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한 양조법을 표준화하여 1962년부터 밀가루 탁주와 약주 제조 기술을 강습했다.
「국세청 기술연구소 100년사」에 따르면 1960년대에 들어와 쌀 부족 현상은 심하였으나 미국 공법 480호에 의해 소맥분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 대체 대상 원료인 소맥(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실험이 있었으나 소맥분(밀가루)에 대한 시험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분말 이었던 소맥분을 적당한 수분으로 증자 처리하는 방법이 관건이었고 시험 결과 만족할 결과를 얻었다. 이에 대한 시험 양조 결과를 토대로 제조기술자에게 기술 강습을 통해서 교육을 실시하였으나 식량 사정이 급박한 상황이라 교육이 완료되기 전에 1963년에 쌀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다. 결국 쌀로만 제조하던 탁주와 약주가 밀가루로 대체되면서 정부의 양곡 정책에 기여하게 되었다.


막걸리는 쌀 생산이 풍족해지기 전까지 엄격한 규제를 받은 주류이다. 이러한 과거의 정책 변화는 막걸리 품질의 불안정성을 초래해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현재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부는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와 전통주에 다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시금 쌀이 부족해지는 시기가 올 경우, 이러한 정책은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계획보다는 막걸리와 전통주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쌀 소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막걸리나 전통주는 어떠한 가공품보다 쌀을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 23년 인사혁신처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출처 : 소믈리에타임즈(https://www.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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