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01 11:00수정 : 2025-07-01 11:00
전체 술의 3~10% 남는 술지게미로
부산 꿀꺽하우스, 종이 만들어 활용
플래닛팩토리, 비누 만들어 상 받아
술로우, 전통주 알리는 카라멜 제조전통주를 빚고 남는 찌꺼기인 술지게미(주박)는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 문제와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부산물이 가축 사료, 기능성 식품, 화장품 원료 등 산업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버려지던 술지게미가 어떻게 산업과 정책, 농업과 환경을 잇는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그 가능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부산 꿀꺽하우스에서 만든 지게미 종이. 꿀꺽하우스
막걸리를 만들면 전체 술의 3~10%가량이 술지게미(주박)로 남는다. 술을 짜낸 뒤 생기는 이 찌꺼기는 최근 들어 재활용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받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상업화 단계가 더디지만, 소규모 실험이 하나둘씩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모여 술지게미 상업화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다양한 국내 활용 사례를 통해 술지게미가 일상에서 어떻게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술지게미 ‘종이’로 재탄생
부산 수영구의 브루어리 겸 전통주 바 ‘꿀꺽하우스’는 술지게미를 종이로 만들고, 술지게미에 보리된장을 더해 안주로 낸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지속가능성’이다. 술을 빚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매장에서 다시 활용하며, 자체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술지게미는 매장에서 발생한 폐지와 섞어 종이로 재탄생한다. 모든 제작은 꿀꺽하우스 내부에서 손으로 직접 이뤄지기 때문에 생산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술지게미로 종이를 만든다는 시도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상품 태그(tag)로 활용된다. 본래 꿀꺽하우스의 술지게미는 경남 김해에 있는 농가로 보내져 가축 사료나 퇴비로 쓰였지만, 자원 재활용 의미를 고민하던 끝에 종이 제작을 시도한 것이다. 술지게미 종이에는 술을 빚을 때 사용한 쌀알이나 과일 껍질 등이 그대로 드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술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최승하 꿀꺽하우스 공동대표는 “부산물을 활용한 시도 노력은 1년 반 전부터 진행됐다”며 “이제는 선순환 흐름을 지역 사회로 확장해 지역 요리사와 제과제빵사들과 지게미로 칵테일, 음식, 디저트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술지게미, ‘화장품’으로

플래닛팩토리와 두술도가가 손잡고 만든 술지게미 비누. 플래닛팩토리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업체인 플래닛팩토리와 경북 문경의 양조장 ‘두술도가’가 손잡고 ‘막걸리 올인원 비누’를 선보였다. 술지게미 비누 자체는 다양한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정식 상품으로 상업화된 사례는 국내에선 드물다.
두술도가는 막걸리를 빚고 남은 술지게미를 플래닛팩토리에 공급하고 플래닛팩토리는 이를 활용해 비누를 제작한다. 두술도가에서 사용하는 쌀은 모두 유기농이다. 플래닛팩토리에 따르면, 술지게미에는 비타민 B와 C를 비롯해 유산균, 단백질, 유기산, 코직산 등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보습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포장지에는 두술도가 막걸릿병 모양도 그려져 있다.
또 어떤 향도 넣지 않아 자극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사용자들은 “씻고 나니 피부결이 부드러워졌다” “가려움증이 줄었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이 비누는 2023 서울어워드 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
술지게미, ‘식품’으로

술지게미로 만든 술로우의 카라멜 ‘술로우당’. 왼쪽 상단이 술지게미다. 술로우
술지게미가 식품으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전통주 복합문화 공간인 ‘술로우’에선 술지게미로 만든 프리미엄 카라멜 ‘술로우당’을 내놨다. 알코올, 보존료, 합성향료가 없이 술지게미와 카라멜 원료를 섞는 방식으로 만든다. 기본, 시트러스, 말돈소금, 라즈베리, 생강 같이 다양한 맛이 있고 많이 달지 않아 호평받고 있다. 술로우 카라멜은 막걸리나 와인, 위스키 등 주류 안주로도 그만이다.
술로우는 전통주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디저트를 고민하다가 이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해 세차례에 걸쳐 총 1500만원이 넘는 모금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술지게미로 만든 카라멜은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배지영 술로우 대표는 “전통주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술지게미를 새롭게 활용해 자원순환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라며 “앞으로 술지게미를 활용해 시즈닝, 천연조미료, 반려동물 수제 간식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퓨퓨씨가 공유한 술지게미로 만든 후무스 요리 ‘퓨무스’. 퓨퓨씨 제공
이밖에 자발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술지게미 활용법을 공유하는 MZ세대들도 있다. 평소 전통주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 이혜선(퓨퓨·32)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술지게미 후무스’인 ‘퓨무스’ 레시피를 공유해 화제가 됐다. 후무스는 중동에서 유래한 병아리콩으로 만든 저칼로리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퓨퓨씨에 따르면 볶은 술지게미와 깨, 삶은 병아리콩, 큐민, 파프리카시즈닝에 올리브오일, 소금 두 꼬집, 후추 조금, 병아리콩 삶은 물을 넣고 갈아 만든다. 이러면 지게미를 버리지 않고 ‘맛있게’ 활용할 수 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출처: [술지게미의 변신] (2)버려진 찌꺼기에서 되살아난 ‘자원’
URL: https://www.nongmin.com/article/2025063050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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