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2025.07.20 12:00
K-콘텐츠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 급증한 시기
한식진흥원이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성과로 전환해야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한식이 세계 식문화 시장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글로벌 키워드와 맞닿아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한식진흥원이 있다.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출범한 한식진흥원은 한식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실무적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한식은 음식만이 아니라, 문화와 산업의 교차점에 있다”며 “지금은 한식이 세계 속 미식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골든타임’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식을 향한 관심이 기울어진 지금,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한식진흥원의 주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한식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전통 조리서 발굴, 한식 실태 조사, 기록 DB 구축, 레시피 표준화 등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성과 지속성이 필요한 사업들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는 인재 양성과 교육 인프라 확대다. 한식 강사 교육, 전문인력 양성기관 운영, 해외 한식 교육과정 지원 등 현장 실무자와 국제무대 인재를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셋째는 국내외 홍보와 확산을 위한 플랫폼 역할이다. 국제 미식행사 개최, 한식문화공간 ‘이음’ 운영,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 등 다양한 접점에서 한식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장기적, 구조적 기반 조성을 통해 한식 생태계를 넓혀가는 것이 한식진흥원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에게 한식의 경쟁력에 대해 묻자 그는 “발효와 계절, 채소 중심 식단이 주는 자연의 순환성을 담은 식문화”라고 정의했다.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발효 장류는 슬로우에이징과 비건 식단이라는 현대 식문화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발효’라는 키워드 자체가 고급 식문화로 해석되며, 와인·치즈와 같은 식문화와의 연결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는 “외국 셰프들이 한식 장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며 “발효라는 개념 자체가 서구 미식문화에서도 고유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익숙해서 몰랐던 한식의 정체성과 가치를, 이제는 세계가 먼저 발견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프랑스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현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아구찜을 비롯한 한식 메뉴를 직접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이제 한식은 단순한 경험의 대상이 아니라 감동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식진흥원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의 방향은 ‘한식의 브랜드화’다. 이를 위해 설정한 전략적 축은 세 가지다. 첫째는 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로 파인다이닝뿐 아니라 아구찜·칼국수·곰탕 등 일상 음식도 스토리텔링과 체험 콘텐츠를 통해 고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단순한 고급화가 아니라, 음식에 문화를 부여하는 시도다.
둘째는 향토 음식의 보존과 산업화다. 2027년 전남 목포에 개관 예정인 ‘향토음식 진흥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맛을 재발굴하고, 지역경제와 연결된 미식관광으로 확장한다. 한식의 다채로운 지형도를 향토음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전통 향토음식은 단순한 음식자산이 아닌, 지역 소멸 대응이자 관광 인구 유입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전통주 정체성 정립이다. 음식이 미식이 되기 위해선 음료와의 조화가 필수다. 한식진흥원은 전통주 양조·유통 산업을 지원하고, 전통주에 대한 문화적 브랜드화를 통해 음식과 술의 결합이 하나의 고급 미식 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규민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식진흥원은 외형보다 본질, 규모보다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서울 종로구 재동의 복합문화공간 ‘이음’이다. 이음은 한식 전시, 쿠킹 클래스, 세미나, 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한식진흥원은 2021년부터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를 도입해 2023년부터 뉴욕, 파리, 도쿄, 런던 등지에서 총 16개 식당을 지정했다. 위생, 정체성, 국산 식재료 사용 여부, 경영 수준 등을 종합 평가해 롤모델 식당을 육성하고 있다. K-컨텐츠로 한식을 접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해외 한식당에서 한식을 먼저 접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한식진흥원이 맡고 있는 역할의 무게가 크다.
이규민 이사장은 한식을 “국가 정체성과 자존감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글로벌 식문화 안에서의 위상 정립, 일상과 산업을 아우르는 확장성,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토대를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세계는 한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에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이라고 한식진흥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선민 기자
출처 : [MI 포커스] 한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한식진흥원, 이규민 이사장 “지금이 골든타임” - 매일일보
URL :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26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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