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리 기자입력 2026.01.27. 오전 8:01수정 2026.01.27. 오후 5:07
정부부처, 관련법 개정 추진외국산 원료 활용 '희석식'과주종 구분해 주세 손질 계획
클립아트코리아정부가 현재 단일 주종으로 분류된 소주를 증류식·희석식 소주로 구분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세 손질에도 나설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조치로 증류식 소주시장이 커지면 원재료인 국산 농산물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증류주’ 단일 주종으로 분류된 소주를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로 구분하는 내용이 담긴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확인됐다. 증류식 소주 유형을 신설해달라는 전통주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증류식 소주는 쌀이나 보리 등 곡물을 양조장에서 직접 발효·증류해 양조한 고급 술이다. 안동소주·화요가 대표 사례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 맛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희석식 소주는 값싼 수입 타피오카·당밀 등으로 만든 주정(고농도 알코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은 술이다. 흔히 말하는 ‘초록병 소주’가 이에 속한다.
그간 전통주업계는 주정을 사용하지 않는 증류식 소주를 희석식 소주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원재료가 다른 만큼 품질·가격 차이가 큰데 현행법상 ‘증류주’로 한데 묶여 주세를 비롯해 유통·판매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명욱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는 어느 지역의 포도·쌀로 만들었느냐가 술의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 한국 소주의 주요 재료인 주정의 원재료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술 품질제고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주종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증류주에 대해선 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 고급 술일수록 세금도 높아지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신제품 개발이 활발하지 않아 전통주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한국증류주협회장)도 “고가 원료를 사용하거나 장기 숙성 공정을 거치면 원가가 상승하고 이에 비례해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는 기업의 품질 혁신 의지를 꺾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소주의 주종 세분화가 완료되면 이어 ‘주세법’도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주산업법’을 개정해 증류식 소주의 법적 분류가 이뤄지면, 이에 따라 ‘주세법’도 손보기로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주업계는 법 개정으로 증류식 소주가 시장에 안착하면 지역 양조장이 활성화되고 전통주 원료로 쓰이는 국산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등 전통주산업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찬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는 “연간 출고량을 기준으로 증류식 소주가 희석식 소주를 10% 대체할 경우 쌀 5만t 소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명 교수는 “(증류식 소주라는) 카테고리가 완성되면 그 원재료의 가치를 드러내기가 더욱 편해지고 나아가 농산물이 생산된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